[book] 와일드 느낌

와일드 / 셰릴 스트레이드, 유진하 / 나무의철학(2012)

올해 처음 읽은 책. 미국의 모하비시막 근처에서 시작하여 오리건주와 워싱턴주 경계선 위의 컬럼비아 강을 가로지르는 신들의 다리까지 이어지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이라는 트레킹 코스를 혼자서 여행한 작가의 이야기이다. 4285km에 이르는 험한 산길을 혼자 배낭을 지고 야영을 하며 걷는 여행. 

언젠가 예순이 넘은 나이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조이스 럽 수녀님의 <느긋하게 걸어라>라는 책을 수없이 많은 밑줄을 그어가며 열심히 읽었던 적이 있다. 예순 살의 수녀님의 삶이란, 순례길을 걷기 전부터 이미 고개가 숙여지는 삶이기는 하다. 역시 순례길을 준비하는 자세, 받아들이는 자세 모두 나같은 사람은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런 삶의 태도를 동경하며 나를 반성하던 시절이 있기는 했었다는 사실. 곧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여행기가 유행처럼 번져서 국내에서도 비슷한 책이 몇권 나왔었다. 그리고 나도 언제 감동했었냐는 듯이 애써 외면하며 살았다. <느긋하게 걸어라>라는 책의 책등도 보기 꺼려졌다. 내 삶을 자꾸 되돌아볼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었기에, 얼마간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그만큼 감동적인 내용으로 가득찬 책이었다. 

그래서 이 책도 무슨 길을 걸어간 여행기라고 하길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읽고 싶지도 않았다. 뻔한 감동이 예상되어서 그냥 기분 나빴다. 그러다가 여기저기에서 2012년 올해의 책으로 꼽는 걸 보고, 책을 좀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곧 다 읽어버렸다. 일단 예순 살이 넘은 수녀님의 산티아고 순례길과는 너무 다른 설정이다. 이십대의 젊은(아니 어린) 여자가 자기 내부의 주체할 수 없는 방황 끝에 그 삶을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든 살아가고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자기 무게보다 더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두려운 산길로 들어가는 이야기란, 이미 책을 읽기 전부터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다.

혼자 자신의 살을 패이게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외로움과 두려움을 안고 발톱이 온통 빠져가는 고통 속에서 한발 한발 걸음을 내딛고, 그 하루의 끝에 작은 텐트 속에서 다 읽고나면 한장한장 태워버릴 책을 읽으며 위안을 얻는 모습이 자꾸만 상상이 가서, 지금도가슴이 먹먹해진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오로지 나만의 몫을 견디는 하루하루. 삼개월간 그 고통 속에서 견뎌온 여자아이. 모든 것이 결국은 삶에 대한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다. 나 역시도, 우리 모두는 삶을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고 있는지. 때로는 그 간절함 때문에 숨막히기도 하지만, 그 간절함 덕분에 용기내어 앞으로 나서기도 하는 것이겠지. 그 간절함을 자꾸 외면하지 말자. 나의 간절함도, 다른 이들의 간절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