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첫 보름, 그리고 내가 요코하마에 온 이유 하루


일본에 도착해서 정신없이 며칠을 보내고 바로 시작된 수업.
일본어 수업이 여러수준으로 다양하게 개설되어 있었는데 중급반을 넘어서면 무척 아카데믹하게 진행된다. 회화연습을 많이 해야지 하고 중급반을 들으려 했는데 왠지 괜히 재미없게 느껴져서 상급반 수업을 많이 듣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학부 수업 하나, 지도교수님의 대학원 실습수업 하나.

처음에는 이것저것 열심히하고 많이 놀아야지 했다. 그러면서 뭔가 무작정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일본 생활 속에서 다양한 나의 요구를 어떤 방법으로 해소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답답하기도 하고. 나름 그걸 해결하느라 무척 어려운 시간들이었다. 물론 출근하지 않고 나 혼자 뒹구는 기쁨을 만끽하기도 하지만, 반면 혼자서 이것저것 하다가 지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문득 외로워지기도 했다. 앞으로 이 긴 시간을 어찌 사나 하면서. 

오늘은 학부생 단체가 주최하는 유학생 파티가 있는 날인데, 이걸 갈까 말까도 한참 고민했다. 결국은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은 안하는 걸로. 결정하고 포기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다. 억지로 친구들을 만드는 일은 나에게 너무 고된 일이다. 더구나 20살 안팍의 어린 아이들이 대부분인 모임에 나가서 뭘 할 수 있을까. 그냥 백화점 지하에서 맛있는 반찬을 사다가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고 아마존 쇼핑을 하고는 음악을 들으며 느긋하게 과제를 하는데, (진도는 안나가지만) 아, 내가 이런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번역도 계속하려면 여전히 공부를 하는 일이 더 중요하고, 얼마전에 만난 이곳의 특수교육 전공 대학원생들, 그리고 도쿄 근방의 다른학교로 간 교원연수생들, 여기의 한국인 유학생들과의 관계 정도면 나에게 충분한 인간관계가 될 것 같다. 이 안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야지. 조용히 내 마음대로 시간을 보내는 일. 많은 일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 그런 평화로운 일상. 아아.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요코하마는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다. 문화이벤트도 많고, 도시로서의 모든 것이 있으면서 도쿄만큼 북적거리지 않고, 도쿄랑 가까워서 원할 때 언제든지 전철로 갈 수 있고. 무엇보다 동네가 예쁘고, 언제든지 바다를 볼 수 있는 곳. 벌써부터 나중에 이곳이 얼마나 그리울까 싶다. 알면알수록 더욱 마음에 드는 동네. 이런 멋진 곳에서 일년반. 알차게 잘~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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